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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에게 발생하는 통증
* 이 원고는 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에 봄빛병원 마취과 이병건 수술부장님이
기고하신 글입니다.
산모에게 발생하는 통증
한 여성이 새 생명을 잉태한다는 것은 희망과 고통의 새로운 시작이다.
자신의 몸속에 새 생명이 담겨있고, 그 생명이 탄생 후에도 자기와의 특수한
관계를 가진 채 새로운 인격체로 성장해 나간다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고
무한한 희망의 씨앗이다. 그러나 한편 그 순간부터 그 여성의 고통 또한 시작된다.
입맛이 없어지고, 구역과 구토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난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생체리듬이 크게 변화하고, 피부 또한 엄마가 되기 위한 과정을 겪는다.
아름답던 몸맵시도 어느덧 무너지고, 뚱뚱한 아줌마로 변신하는 순간,
처녀적의 과거와 단절해야 하는 정신적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더불어 산모가 겪어야 할 신체적 통증은 3 단계에 걸쳐서 나타난다.
자궁의 위치는 인체에서 비교적 안정되고 산모에게 물리적 통증이 적을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태아가 자람에 따라 늘어나는 체중의 증가와 더불어 배가
불러오는 것은 산모에게 물리적인 요소의 통증을 유발한다. 복부 쪽의 무게
중심이 점점 앞으로 이동함에 따라 인체에 해로운 여러 가지 물리적 변화가
발생한다.
척추의 전만증이 진행되고, 상대적으로 이를 보상하기 위한 척추후만이
상흉부 쪽에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목이 앞으로 쏠린 상태가 되므로 고개는
뒤로 젖혀야 한다. 이 자연스럽지 못한 자세는 갖가지 신경증상과 통증을
유발한다. 물론 이 과정이 열달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므로 인체의 근육들이
어느정도 적응하여 산모는 견딜만(?) 해진다.
어느 한가지 문제가 인체에 발생해도 인체가 거기에 적응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그러나 열달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문제는 인체에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한마디로 고통의 연속이다. 산모의 고통 속에서
태아는 성장해 나간다. 산모는 자신의 고통을 아기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한다.
이것이 첫 단계의 통증이다.
힘겹게 10달을 넘기고 나면, 이제 출산의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
통념상 산모의 임신 중의 통증과 출산시의 산통은 아기와의 애정을 성립시켜
주는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곤 했다. 힘들게 얻는 결과물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다른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더 강한 애착을 얻기 위해 일부러 고통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 강력한
산통에 치를 떨며, 분만을 진행하는 것은 산모나 태아에게 모두 큰 스트레스이다.
산모가 겪는 생리적 스트레스는 즉각 태아에게 전해진다. 태아의 심박동을 통해
의료진은 이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고위험 산모에게 강한 산통은 또 하나의
생리적 스트레스로써 산모와 태아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다행히도 이 단계의 통증은 무통분만의 방법으로 경감시켜줄 수 있다. 무통분만의
방법 중에는 라마즈니, 소프롤로지니 하는 것들도 거론하지만 그 효과는 다분히
주관적이어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경막외 차단술과 효과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산모의 통증은 출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예로부터 산후의 몸조리가 산모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음을 상기해 보자. 임신과 분만으로 인해 이완된 건과
인대 및 골조직 등이 이후에도 두고두고 통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산후 요통과 관절통은 출산 여성에게 흔한 세 번째 단계의 통증이다. 산부인과
영역을 벗어나지만 이에 대해서는 마취통증의학의 다른 갈래인 통증클리닉 들에서
다루고 있다.
무통분만에 대한 개인적 소견을 덧붙이자면 일부 금기증을 제외한 모든 산모가
무통분만을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임신 10달 중의 통증은 뚜렷이 해결할 방도가
없다. 산모와 태아의 애정을 위한(?) 통증은 열달 동안에 충분하고도 넘치게 겪었다.
그러나 분만 중의 산통은 확실히 줄여줄 수 있고, 산모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
다만 부작용이 없는 시술은 없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너무 일찍 고농도로
투여했을 경우 분만이 지연된다는 것과, 수술이 필요한 난산인 경우, 통증이
없기 때문에 산모나 그 가족이 난산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막외강에 투여하는 약제의 농도와 투여 시기에 대한 경험있는 마취통증의사의 처방은
물론, 산부인과 의사 및 간호인력과의 긴밀한 협조가 되어야 하며, 무통분만의
진행과 난산 및 지연분만 시 무통분만을 중단하는 것에 관한 산모의 이해와 협조만
구한다면 부작용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