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여, 그대 몸을 아는가

통계청이 밝힌 남성의 평균수명은 71.7세, 여성은 79.2세다.여성이 남성보다 
8년 가까이 오래 산다. 그러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질(質).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많이 아프다.

1999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은 
15.3%였던 반면 여성은 25.5%로 나타났다. 올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요통.위장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비율에서 여성(58%)이 남성(54%)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여성이 오래 사는 이유는 치명적 질환이 적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위암은 2배,폐암은 6배, 식도암은 10배나 많다. 여성은 술과 
담배를 멀리 하기 때문이다.반면 류머티스성 관절염. 갑상선 질환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만성 질환은 여성이 남성보다 4~5배 흔하다. 여기에 여성들은 통증에 
민감하며 유방과 자궁 등 특유의 신체 부위에서 비롯된 질환을 앓게 된다.

오래 살지만 골골거려야 하는 것은 여성의 숙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연령이라도 건강의 개인차가 심하다. 후천적 노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 여성들의 몸 돌보기는 낙제점이다. '가사일 이외에 따로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지 않는다'(52%). '40세 이상이지만 최근 수년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18%).

본지가 '뛰자! 한국여성' 시리즈를 하며 전국 6대 도시 여성 7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밝혀낸 한국 여성의 건강관리 자화상이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김광원 
교수는 "당뇨와 고혈압, 비만과 고지혈증, 뇌졸중과 심장병 등 성인병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 바로 규칙적인 운동"이라고 말한다. 
운동의 효과를 보려면 '1회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이라야 한다. 그러나 
이 조건을 준수하는 여성은 5명 중 1명(19.5%)에 불과하다. 아직도 한국 여성에게 
운동이란 시간과 돈의 낭비란 인식이 강한 탓이다.

질병의 조기발견을 위한 건강검진도 부실하다. 본지 조사 결과, 가장 기본적인 
검사라 할 수 있는 위 내시경 검사를 최근 몇년간 받은 여성은 28%에 그쳤다. 
남성들이 직장 신체검사 등을 통해 상당수 받고 있는 현실과 대조적이다. 
눈여겨볼 것은 학력이 높을수록, 직장을 가진 여성일수록 오히려 건강검진 
비율이 낮게 나타난 점.최근 몇년간 건강검진을 전혀 받지 않은 숫자가 
대졸 이상은 44%로 고졸 미만의 23%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취업주부는 
25%로 전업주부의 15%보다 높았다.

봄빛병원 산부인과 김성수 원장은 "고학력 직장 여성의 경우 남성 
동료와의 경쟁 등으로 정작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고졸 미만 여성의 경우 대졸 이상 여성에 비해 CT나 MRI 등 부적절한 
고가 검사를 받은 비율이 4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 수익의 증진 
차원에서 고가의 종합검진이 강요된 탓이다. 여성 건강을 위한 제도적 배려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여성에게 흔한 유방암의 연구비 
지원에 인색하면 다음 선거에서 낙선한다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불문율일 정도.

루푸스 환우회를 결성해 운영 중인 전 방송인 정미홍씨는 "루푸스와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여성에게 흔한 자가(自家)면역질환의 경우 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수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전문의가 아직 태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에게 흔한 질환이었다면 이렇게 방치되진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