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소식

봄빛의 공지, 새소식, 언론보도 웹진 등 다양한 정보를 만나보세요.

불임 그리고 스트레스

작성일 : 2004-10-22

* 이 원고는 시사여성주간지 미즈엔에 봄빛병원 산부인과 이재훈 원장님이 기고하신 글입니다.

 

불임 그리고 스트레스

 

불임이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하여 1년 정도 임신을 시도하였음에도 임신에 
실패한 경우를 말한다. 이는 사실 진단명이라기 보다는 언제까지 기다려 보는가에 
대한 하나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임신이 안 되는 여러 가지의 가능한 
원인에 대한 검사를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일 뿐으로 일단 
불임의 범주에 든다고 하여도 검사를 해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 어쩌면 임신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개의 경우 우선 물어보는 말이
 "제가 불임인가요?"이다.
그러면서 마치 암 진단이라도 들을 사람처럼 긴장하고 
걱정하는 모습이 항상 안쓰럽기까지 하다.

 

통계를 보면 특별한 피임을 하지 않은 경우 3개월 안에 57%, 6개월 안에 72%만이 
임신되며, 각 배란 주기당 임신기회는 약 25%에 불과하다. 이는 그냥 통계일 
뿐이므로 아이를 원하는데 임신이 안 되어 병원을 찾는 부부의 소망이나 
간절함을 생각하면 나이나 결혼기간에 관계없이 일단은 불임이라고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결국 원하는 시기에 임신이 안 되면 걱정이 되고 속상한 것은 
누구나 같을 것이고, 의학이 정한 기준은  환자들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사실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러 부부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여기서도 여지없이 우리네의 흔히 
이야기하는 조급증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한두 달 신경 써서 시도하다가 
안 되면 바로 병원을 찾거나, 아니면 계획임신을 하겠다는 의도로 임신 첫 
시도부터 병원을 찾곤 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두 번의 검사나 임신 시도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벌써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여 다른 병원을 찾아볼 생각을 한다든가 아니면 한방 등 다른 묘방이나  
민간요법에
매달리는 등의 반응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여자의 몸은 민감하다. 특히나 여성이 갖는 주기적인 생리현상은 스트레스에 
참으로 민감해서 때로는 신기하기도 할 정도이다.  일정한 생리주기를 가지던 
여성이 병원을 찾는 첫 달에는 엉뚱하게도 배란이 늦어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불임을 주로 보는 의사로서의 그간의 경험에 따르면 분명 과도한 스트레스는 
여성의 생리주기에 큰 영향을 주어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자신의 어떠한 문제에 너무 둔감한 것도 문제지만 너무나 급하고 지나친 
걱정을 하는 것은 분명 불임의 해결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스트레스가 없으면 불임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주변에 찾아보면 근 10년을 용하다는 병원이나 민간요법 등을 찾아다니고 
하다가 이젠 안 되는 구나하고 포기한 순간 그 달에 임신이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게 되거나 아니면 매운 시집살이 내내 임신이 안 되다가 분가하고는
 바로 아이가 생겼다는 식의 이야기도 들릴 것이다. 이런 예에서 보듯이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분명 많은 영향을 준다.

 

불임에 관한 검사는 차근히 진행하면 빨라도 한두 달 정도에 걸쳐 적절한 
시기마다 필요한 검사를 함으로서 이루어진다. 그에 따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도모하는 것이 치료가 될 것인바, 대개는 결정된 치료방법을 여러 
달을 시도해 보아야만 한다. 조급하게 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그만큼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아이가 안 생겨서 고민이라면 바로 병원을 찾기는 하되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자신의 문제에 접근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아마도 떠 빠른 시기에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급할수록 천천히” 이 말은 꼭 교통사고 방지 표어만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