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백과
가장 소중한 우리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봄빛 건강백과의 제안
비만 치료제
작성일 : 2005-04-06
주부 박모(49·경기 용인)씨는 최근 찜질방에서 리덕틸에 대한 입소문을
접하고 복용하기 시작했다. 키 160㎝에 몸무게 63㎏으로 뱃살 때문에 늘
고민이었던 박씨는 복용 열흘 만에 1.5㎏을 감량했다. “몸에도 특별한
이상이 없고, 운동을 안해도 살이 빠진다니 얼마나 좋아요. 병원에서 한번
처방 받아서 친구들과 나눠먹기도 했어요. ‘남자는 비아그라를 나눠먹고
여자는 리덕틸을 나눠먹는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해요.” 최근 학부모
모임이나 찜질방 등 여성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화젯거리로 떠오른 것이
있다면 단연 ‘리덕틸’이다. 한때 중년 남성 사이에서 비아그라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중년 여성 사이에서 리덕틸 열풍이 불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
리덕틸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확실한 체중감량 효과 때문.
주부 윤모(43·경기 분당시 서현동)씨는 “효소단식, 다이어트 생식, 장세척 등
다이어트라면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다해봤지만 하나도 성공한 것이
없었다”면서 “나이가 든 뒤부터는 식욕이 왕성한 편이기 때문에 식사량을
잠시 줄이는 방식으로는 지속적인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씨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1년 동안 리덕틸을 복용한 뒤 74㎏이던
몸무게가 62㎏으로 줄었다. 윤씨는 “운동과 함께 약을 복용한 것이
효과적이었다”면서 “다른 시술은 주사를 맞거나 수술이 필요하지만
비만치료제는 그냥 영양제처럼 먹기만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연예인을 등장시켜 선전하고 있는 고급 비만관리센터의 경우 1년
회비가 수백만원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수준. 반면 리덕틸은 월 10만원
내외의 약값으로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살과의 전쟁’에 비만치료제가
비장의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 살과의 전쟁에서 번번이 백기를 들어야 했던
‘비만인(肥滿人)’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 비만퇴치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면서 국내외 제약업체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 달 10㎏ 감량 보장’을
약속하는 정체불명의 다이어트 식품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비만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에 따른 전문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부천세종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종화 과장은 “예전에는 비만이 미용상의 문제로만
치부됐지만 최근에는 비만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환자 치료 차원에서 비만치료제 개발은
혁신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제품인 ‘리덕틸’(한국애보트)과
‘제니칼’(한국로슈)이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정을 받은
약은 리덕틸과 제니칼이 유일하기 때문에 의사들의 처방이 두 약에 집중돼
있다. 두 약은 살을 뺀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작용 방식은
전혀 다르다. 원래 리덕틸은 1980년대 초 항우울제로 개발됐다가 임상실험
과정에서 체중감소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져 비만치료제로
변신했다. 한국에 시판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 10월부터. “리덕틸은 뇌의
중추신경을 자극해 포만감을 주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체내 열발산을 증가
시켜 체중의 감소를 도와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부천세종병원
김종화 과장은 “리덕틸은 비만치료시 초기에 식욕억제가 안되는 사람에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한 번만 먹으면 되기 때문에 복용이
편리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한국애보트 측에서는 “한국인의 식습관이
지방보다는 탄수화물 섭취가 많기 때문에 리덕틸이 체중감소에 적합하다”고 했다.
반면 제니칼은 비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방의 흡수를 억제해
체중을 감량시킨다. 장에서 지방이 소화·흡수되기 위해서는 ‘리파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작은 조각으로 분해돼야 하는데, 제니칼이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 지방을 그대로 배출시켜 체중감량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2001년
2월부터 국내에 시판되기 시작했다. 제조사인 한국로슈 측에서는 “제니칼은
2004년 5월에는 12세 소아·청소년 비만환자에 대해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을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했다. 지방이 많은 고기나
패스트푸드 섭취가 많은 사람은 제니칼이 적합하고, 식사량 자체가 많아
살이 찌는 경우에는 리덕틸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리덕틸이 판정승을 거두고 있는 상황. 시장점유율로 볼 때
리덕틸 40%대, 제니칼 20%대로 리덕틸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비만치료제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규모도 날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비만치료제 시장의 규모는 550억원대에 이르며,
올해에는 7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정부기관까지 비만퇴치사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제약업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국내 제약회사들도
비만치료제를 속속 선보이면서 시장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제약회사들의
비만치료제는 에이치팜의 ‘푸링’, 구주제약의 ‘엑소리제’, 광동제약의
‘아디펙스’ 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에는 비만치료제 판매 허가를 두고
식약청을 무대로 국내 제약회사인 한미약품과 한국애보트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한미약품이 리덕틸을 개량한 ‘슬리머’라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식약청에 품목 허가 신청을 냈으나 지난 2월 식약청에서는 ‘허가지연’이라는
판정을 내린 것. 식약청은 “리덕틸과 슬리머는 결과적으로 동일한 약품이기
때문에 먼저 개발한 업체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허가지연 판정을
내린 것이다. ‘리덕틸 vs 슬리머’ 논쟁에는 미국 대사관과 한국 국회의원까지
나섰다. 미국 대사관은 리덕틸의 편을 들며 지난 3월 16일 “식약청이 슬리머
상품등록을 받아 주어서는 안된다”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미국 대사관 측 인사들이 수시로 식약청을 방문해
국내 업체의 신약 제품 허가를 차단하기 위해 압박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업체
편을 들었다. 즉 비만치료제를 놓고 미국 대사관과 한국 국회의원이
대리전을 치른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비만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부의 ‘마리바이오 21사업단’의 해양천
연물신약 연구단(단장 강헌중 서울대 교수)이 획기적인 비만치료 약물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 약은 해양생물에서 원료를 추출한 것으로
몸속에서 지방을 분해해 열로 방출하고 지구력을 높이는 단백질 활성화
물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 약물은 독창적인 화학구조와 효능을 갖고
있어 세계적인 물질특허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신약으로 개발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치료제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비만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약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대 젊은 여성이 무조건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회사원 이모(32)씨는 “주변에서 아는
약국 의사나 병원관계자에게 부탁해 리덕틸을 구해서 먹는 경우도 많다”며
“아마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먹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약들도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과 이우제·고은희 교수의 보고서(비만치료제의 최신 연구개발 동향)에
따르면 “리덕틸의 경우 혈압상승, 불면증, 구강건조, 어지럼증의 부작용이
흔하고, 고혈압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제니칼은
“설사, 지방변 등의 부작용이 흔하고 우리나라 사람처럼 지방섭취가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는 약물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부천세종병원 김종화 과장은 “비만치료제도 분명히 약이기
때문에 음성적으로 약을 구해 복용한다든지 무조건 많은 양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한 달에 2~3㎏ 정도 감량을 목표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도비만이 아닐 경우에는 운동과 식단조절로
살을 빼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한다.
출처 :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