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백과
가장 소중한 우리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봄빛 건강백과의 제안
생활습관만 바꿔도 11년 더 산다
20세기 중반 이후의 물질적 풍요와 과학기술 발전은 좀더 편리하고,
좀더 맛있고, 좀더 자극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과거 황제의 산해진미를 이제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즐기며, 소파에 앉아
손가락 하나로 세상과 교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로써 비롯된 잘못된
생활습관이 인간을 병들게 하고 있다.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아주 분명하고 간단하다. 잘못된 생활습관부터 확
뜯어고쳐야 한다. 건강의 또 다른 중요한 결정요인인 유전자와 노화는
인간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은 얼마든지 교정이
가능하다. 신촌세브란스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40대 남자의 평균 수명을 고작 4.5년
연장하는 데 그쳤지만, 생활습관을 고치면 평균 수명을 11년 연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며 “아침에 일어나서 잠을 자기까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머릿속에 떠올려서 잘못된 생활습관을
찾아내고 그것을 교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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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학협회지(JAMA) 1999년 1월호에는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발표됐다.
존스홉킨스의대 앤더슨 박사팀은 체중 감량을 원하는 40명의 비만 여성을
2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쪽 그룹엔 규칙적으로 에어로빅을 시켰고,
또 다른 그룹엔 단지 생활습관을 바꾸라고만 주문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가거나 쇼핑이나 청소를 더 자주 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리라는 것. 물론 두 그룹 모두에 하루 1200㎉를 섭취하는 다이어트도
시켰다. 16주간의 실험 기간이 끝난 뒤 생활습관 교정 그룹의 체중은
평균 7.9㎏, 에어로빅 그룹은 평균 8.3㎏ 줄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 뒤 다시 체중을 측정한 결과에선 에어로빅 그룹이
평균 1.6㎏ 증가한 데 반해 생활습관 교정 그룹은 0.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험이 끝나자 에어로빅 그룹 중에선 운동을 중단한 경우가 많았지만,
생활습관 교정 그룹은 대부분 실험기간에 익힌 생활습관을 이후에도 유지했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장보기·청소하기 등의 운동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장보기(또는 쇼핑하기)는 탁구와 운동효과가 비슷하며, 정원 가꾸기는 자전거
타기보다 운동효과가 오히려 크다.〈표1〉 인제대 의대 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현대인의 병은 대부분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며 “사람의 움직임을 대신하는 자동차·전화기·엘리베이터·TV·리모컨
등이 가져다주는 게으름의 유혹에서 벗어나 가급적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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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설탕 한 스푼 줄이고 물·칼슘 많이
찌개를 비롯한 모든 반찬은 간간해야 맛이 있고, 육류도 삼겹살이나
꽃등심처럼 기름이 적당히 박혀 있을 때 훨씬 맛이 좋다. 그러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우리 몸을 상하게 한다.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위암, 대장암 등 온갖 병들이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는 현대인의 식사습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
짜고, 맵고, 달고, 기름진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입맛부터 싹 바꾸어야
한다. 소식, 저염식, 저당식, 저칼로리식, 저지방식이 건강을 약속하는
모범 식단이다. 그렇다고 모든 이가 채식주의자가 될 필요도,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을 필요도 없다. 모든 음식은 조리법에 따라 칼로리가
크게 달라지며, 육류는 부위별로도 차이가 난다. 닭고기의 경우
가슴살을 껍질을 제거해서 구우면 100g당 165.1㎉에 불과하지만
양념통닭은 3배 가까운 446㎉나 된다. 감자도 삶으면 100g당 121.7㎉에
불과하지만 프렌치 프라이를 하면 5배 가까운 582.8㎉가 된다.〈표2〉
연세대 식품영양학과 이종호 교수는 “야채와 과일만 먹는 채식주의는
오히려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며 “조금만 신경을 써서 음식 재료를
선택하고 조리를 하면 맛을 즐기면서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설탕과 크림을 듬뿍 넣은 커피
▲소금과 깍두기를 잔뜩 넣은 설렁탕 ▲국물까지 남김없이 마시는 라면
▲아침을 건너뛰는 습관 ▲칼슘을 적게 먹는 습관 ▲(특히 여자와 노인이)
물을 적게 마시는 습관 등도 한국인이 바꿔야 될 식사습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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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은 5분 이내로 씹어야
병을 부르는 나쁜 생활습관은 그 밖에도 많다. 금연과 절주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일으켜 수분이
1~2% 부족한 ‘만성탈수’와 그로 인한 피로감을 증폭시키므로 지나친
섭취를 삼가야 한다. 껌은 턱 관절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사각턱의
원인이 되므로 5분 이내로 씹어야 하며, 특히 노인과 여성은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게 좋다. 쉬는 날 소파에 눕거나 앉아 하루 종일 TV를 보는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하며, 화투 등 노름을 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어떤 경우든 땅바닥에 앉는 자세는 허리를 상하게 하므로 삼가야 한다.
새벽형 인간이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잠은 정해진
시간에 6~8시간씩 규칙적으로 자야 하며, 코골이는 습관이 아니라
병이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는 습관은 변비와
치질 등 대장항문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당장 고쳐야 한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