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로 태어난 아기들은 괴롭다. 신체 곳곳이 부실해 망막증과 호흡곤란, 뇌출혈 등 질병에 잘 걸리는 것은 물론 자라서도 발육장애와 성인병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의학적 증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미숙아도 부모의 배려만 있다면 정상아로 키울 수 있다.
오성대감 이항복도 팔삭둥이로 태어나 영의정을 지낸 뒤 63세까지 건강하게 살았으며, 한국 최초의 안과의사이자 한글타자기로 유명한 공병우 박사도 팔삭둥이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89세까지 장수했다.
◇ 미숙아란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아기를 말한다. 체중으론 2.5㎏ 이하. 신생아 10명 가운데 1명 정도다. 태아가 쌍둥이거나 유전병을 갖고 있을 때 산모가 임신중독증 또는 양수조기파열. 자궁경관 무력증 등을 앓을 때 잘 생긴다.
미숙아는 체중이 가볍고 장기가 덜 성숙한 상태에서 태어나므로 체온조절과 면역. 호흡기능 등이 떨어져 건강에 불리하다. 그러나 최근 인큐베이터 등 의학기술의 발달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됐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소아과팀은 94년부터 이 병원을 찾은 1천5백g 미만의 극소미숙아 5백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84%의 확률로 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8백g 미만의 초극소 미숙아도 61%에서 살렸다. 현재 국내 의료진의 수준은 4백g대의 미숙아에게도 생명을 선사한다. 해마다 1만5천여명의 아기들이 체중 1천5백g 미만의 극소미숙아로 태어난다.
◇ 아가방을 보호하자
퇴원 후 적어도 한두 달은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제한해야 한다.
미숙아는 면역력이 낮아 감염에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아기를 다룰 때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하며, 가족이라도 감기에 걸릴 경우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온도는 24도 정도가 적당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직접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냉방기의 필터는 세균의 온상이므로 소독을 철저히 한다. 습도는 50~60%가 좋다. 가습기는 세균감염을 없애려고 가열식을 쓰도록 한다.
미숙아로 태어났다고 해서 과보호해선 안 된다.
미숙아는 체중을 회복한 뒤에도 잦은 감기나 구토 증세를 보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부모가 과잉 보호하면 오히려 증세가 악화하고 허약체질로 변한다.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 모유가 최고의 보약이다
미숙아를 정상아 못지 않게 키우는 가장 중요한 비결이 바로 모유수유다. 모유는 정상적인 성장 및 발달을 돕고 감염이나 질병을 예방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한다.
미숙아에서 흔히 일어나는 괴사성 장염은 모유보다 우유를 먹인 아기들에게서 6~10배까지 많이 발생한다. 모유의 불포화지방산은 뇌신경계의 발달을 돕는다.
특히 초유는 감염을 막아주는 면역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미숙아일수록 초유를 먹여야 한다. 출산 후 아기가 작아 젖을 못 빨 것을 예상해 젖을 끊을 계획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처음엔 입으로 젖을 먹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튜브를 코나 입을 통해 위장에 넣고, 모유를 주사기에 담아 넣어 준다. 그러나 아기가 체중이 늘면 젖을 빨 수 있으므로 인내를 갖고 젖을 먹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 예방접종은 이렇게
미숙아도 예방접종을 스케줄대로 해야 한다. 다만 열이 있거나 심장이나 간 등에 질병이 있는 경우, 홍역이나 볼거리. 수두 등 유행질환에 걸려 나은 지 1개월 이내엔 하지 않아야 한다.
예방주사를 맞은 후엔 접종 후 30분까지 우유를 먹이지 말고 목욕도 시키지 않는다. 고열이 계속되거나 보채는 등 예방접종 후유증이 나타나면 바로 의사를 찾도록 한다.
기본 접종에 들어가지 않은 헤모필루스 세균 백신도 수막염 예방을 위해 미숙아라면 접종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엔 생후 6개월에 독감 예방백신을 맞도록 한다.
출처: 의사 홍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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