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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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편두통
작성일 : 2005-03-30
또 머리가 아프단다. 멀쩡하게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찡얼찡얼 보챈다. 머리를 감싸쥐고 떼굴떼굴 구르기도 한다. 병원에도
여러번 데려갔지만 대답은 한결같다. “공부하기 싫어(혹은 제 마음대로 안돼)
생긴 꾀병이니 조급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그러나 병원 문을
나서면 다시 불안해진다. 머리에 나쁜 혹이라도 생겼으면 어떻게 할까?
큰 병원에 가서 CT나 MRI를 찍어봐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편두통은 어른뿐 아니라 10세 전후 어린이에게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12세 미만은 5∼6%, 12∼18세에서는 남학생 6.1%, 여학생 9.4%가
편두통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도 비슷할 것으로 전문의들은
추정한다. 문제는 진단해 내기가 어렵다는 것. 대부분의 어린이가 공부나
등교 등 스트레스 상황에서 경험하는 ‘긴장성 두통’과 증상이 비슷할 뿐 아니라,
두 두통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숙련된 소아 두통 전문의도 많지 않다.
강남성심병원 소아과 이건희 교수는 “미리부터 편두통을 의심하고
‘전조증상’(편두통이 생기기 앞서 나타나는 증상) 등 여러 증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소아과 의사가 많지 않은 데다, 캐묻더라도 전조증상이
있는 편두통은 전체의 30% 이하여서, 전조증상이 없는 편두통은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그 바람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하는 수많은 어린이
편두통 환자가 방치되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편두통이 관리·
치료되지 않고 지속되면 아이의 성격과 학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며,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편두통은 중간 강도 이상의 통증이
1∼72시간 지속되며, 주로 머리 한쪽 부위에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어린이 편두통은 머리 양쪽에서 모두 나타나기도 한다. 맥박이 뛰듯
규칙적으로 욱신거리는 박동성(搏動性) 두통이 대부분이지만, 머리를 꾹
누르는 듯한 통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특히 어린이 편두통은 복통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 메스껍거나 토하기도 하며,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편두통 어린이는 눈부신 빛이나 소음을 싫어하고, 짜증을 내거나 매사에
귀찮아하는 일도 흔하다. 편두통의 전조증상으로는 시각적 증상이 가장
흔하다. 시야가 뿌옇게 변하거나, 사물이 흔들려 보이거나, 흰 반점이나
색채를 띤 원 모양이 나타나거나, 번개가 치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 밖에 손이나 발이 저릿저릿하거나 순간적인 마비가 오는
감각적 전조증상,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언어적 전조증상도 있다.
전체 편두통 환자의 30% 이하에서 이 같은 전조증상이 나타나며, 전조증상 후
대개 1시간 이내에 편두통이 시작된다. 편두통이 일주일에 두 번 이하로
나타난다면 머리가 아플 때만 약을 먹는 대증(對症)요법을 쓴다.
주로 타이레놀이나 부루펜시럽 같은 일반 진통제나 트립탄 계열의 약물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약물을 일주일에 3회 이상 지속적으로 쓰게 되면
오히려 두통이 만성화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주일에 3회 이상
편두통이 생기는 경우에는 편두통이 나타나지 않도록 평소에 미리 약을
먹어 두는 ‘예방요법’을 써야 한다. 약을 먹기 시작한 지 2주 정도가 지나면
증상이 개선되기 시작하며 3∼6개월간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관리가 된다. 강북삼성병원 소아과 김덕수 교수는
“편두통은 완전히 사라졌다가도 수개월 혹은 몇 년 뒤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완치보다는 평생 동안 관리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아이에게
편두통이 있다고 무조건 쉬게 하기보다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증상을 잘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혹시 뇌종양? CT·MRI 촬영해야 하는 경우
<뇌종양성 두통은 전체 어린이두통의 1%미만>
▲항상 일정부위가 똑같이 아프면서 통증이 심한 경우
▲갑자기 두통이 극심해지거나 자주 나타나는 경우
▲진통제를 먹어도 듣지 않을 때
▲두통과 함께 경련이나 한쪽 손발의 마비, 언어 장애 등이 나타나는 경우
▲두통과 함께 성격이나 행동에 변화가 생겼을 때
출처 : 조선일보